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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검사로 간질환 예후 본다"…장내 미생물 변화, 간암 예측 지표 입증

이호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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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환이 악화할수록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규명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향후 복잡한 조직검사 없이 대변 검사만으로 간질환의 진행 단계를 예측하고, 환자의 생존율까지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이 개발될 전망이다.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석기태 교수 연구팀은 건강인부터 간암 환자까지 총 3,544건의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간질환과 장내 미생물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 분석 결과, 간질환이 진행될수록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은 확연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상태에서의 균형 잡힌 미생물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특정 세균이 우세해지는 현상이 질환 단계별로 뚜렷하게 관찰됐다.

특히 질환의 단계마다 미생물의 기능도 변화했다. 간염 단계에서는 특정 세균의 활동성이 증가했고, 간경변 단계에서는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 기능이 강화됐다. 간암 단계에 이르러서는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물질 생성이 활발해지는 패턴을 보였다.

연구팀은 간경변·간암 환자에게서 공통으로 증가하는 '구강 유래 세균'인 베이요넬라(Veillonella)와 리길락토바실러스(Ligilactobacillus)에 주목했다. 실제로 입안의 세균이 장으로 이동해 정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며, 이 수치가 간질환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임을 확인했다.

생존율 분석 결과, 베이요넬라 수치가 높은 환자군의 생존율은 20% 초반에 불과했으나, 수치가 낮은 환자군은 약 60%의 생존율을 보였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진 환자들 역시 예후가 좋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의 '질환 분류 모델'도 구축했다. 이 모델은 간경변과 간암 등 진행성 간질환 단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정확도(AUC 0.8 이상)를 기록해, 향후 대변 기반의 비침습적 검사나 고위험군 선별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소화기학회 국제학술지인 'GUT(Gut)' 3월호에 게재됐다.

석기태 교수는 "간질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 변화 양상을 대규모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대변 기반의 간편한 진단법은 물론, 미생물을 표적으로 하는 맞춤형 예방 및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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