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세계 보건 질서를 뒤흔든 지 1년, 최대 공적개발원조(ODA) 기관인 미 국제개발처(USAID) 해체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로 아프리카 대륙에 백신 없는 신종 에볼라가 창궐, 국제 보건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7월 USAID 해체(다음 달 1년), 지난 1월 WHO 탈퇴(5개월)가 이뤄졌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러한 미국발(發) 조치들을 「세계 보건 체제에 원투쓰리 펀치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한때 전 세계 공중보건의 핵심 역할을 하던 USAID가 사라지고 WHO마저 미국의 지원을 잃으면서 국제 보건 협력 시스템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해외 원조에 크게 의존하던 아프리카 보건의료 시스템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연간 80억달러가 투입되던 미국 대통령 에이즈 구호 계획(PEPFAR) 등 감염병 퇴치 프로그램은 운영난에 직면했다.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는 미국 ODA 급감(2024년 630억달러→2025년 290억달러)으로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50만~100만 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지원 중단 직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HIV·AIDS 프로그램 의료 종사자 8천명이 실직」하는 등 인명 피해와 보건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됐다.
이러한 보건 공백은 아프리카에 치명적인 재앙으로 이어졌다. 최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우간다 등지에서 백신조차 없는 신종 에볼라(분디부조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지난달(5월) 17일 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현재 민주콩고는 933명 확진, 245명 사망(치명률 26%)했으며, 우간다는 19명 확진, 2명 사망 등 감염자가 1천명에 육박한다.
위기 속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고수했다. 2025년 9월 발표된 '미국 우선주의 글로벌 보건 전략'에 따라,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에이즈와 결핵 등 감염병 퇴치 원조 대가로 「광물 자원 접근권 보장, 의료 데이터 제공」 등 새로운 양자 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이는 과거 인도주의적 원조와 차별화된 실리주의적 접근으로 '디지털·게놈 식민주의' 비판을 낳았다. 민주콩고는 광물 협정 체결 후 9억달러 규모 보건 원조 협정을 맺었으나, 짐바브웨, 가나, 잠비아는 이견으로 협정을 거부했다.
미국 공백과 거래적 접근 속 중국은 민주콩고와 아프리카연합(AU)에 긴급 지원 및 의료전문가팀을 파견하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한편, 아프리카 국가들 내부에서는 원조 의존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보건 시스템 구축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은 지난 3월 방한 시 「보건 체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을 우리 스스로 조달하고 금융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콩고, 우간다, 남수단 3개국은 최근 3억1천900만달러 규모의 에볼라 대응 계획을 공동 마련하며 연대와 자립에 나섰다.
미국 중심 국제 보건 질서 재편 혼란 속 아프리카는 팬데믹과 풍토병 이중고 극복을 위해 '탈원조 주체적 대응'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자적 협력과 아프리카 자체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의약일보는 급변하는 국제 보건 환경 속 아프리카의 과제와 대응 노력을 지속 주시하며, 의료 보건 분야의 역할과 새로운 대응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