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서울연구원의 최신 보고서가 극심한 폭염 피해가 특정 취약계층에 불평등하게 집중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기존의 거시적 대응을 넘어선 데이터 기반의 '핀셋'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서울연구원이 이날 발간한 '세계도시 정책동향' 601호 '폭염 위험 진단' 보고서(조가영 지속가능연구실 연구위원)는 해마다 극심해지는 폭염 피해가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강력한 경고를 인용했다. 보고서는 기존 지방자치단체의 폭염 대책들이 가로수 식재나 바람길 확보 등 이동 인구에 집중될 뿐, 냉방기기 없이 거주지에서 더위를 견뎌야 하는 취약층에게는 닿지 못하는 한계를 명확히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7월 12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모(84)씨는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조차 없이 30도를 넘는 실내 온도에서 「다리가 아파서 외출이 어려운 탓에 그저 더위를 참고 있다」고 절박한 목소리를 냈다. 이는 폭염 피해가 단순히 외부 활동의 어려움을 넘어, 주거 공간 내 '실내 열 위험'이라는 심각한 문제로 발현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보고서는 폭염 취약성을 주거 환경, 냉방 접근성, 에너지 비용 부담, 건강 상태, 이동성, 사회적 고립이라는 요소들이 중첩되어 발생하는 복합적인 문제로 정의했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뉴욕시, 일본, 프랑스 파리 등 해외 주요 도시들이 데이터 기반의 폭염 위험 평가와 취약 시민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을 소개하며, 서울시 또한 이 같은 선진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가 핵심 영역으로 지목한 '실내 열 위험' 해소를 위해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이미 구축한 스마트 돌봄 센서(스마트 플러그, IoT 돌봄 장비)를 폭염 대응에 확장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실제 준공 30년 이상 된 서울 노후 에너지 취약가구의 경우 평균 실내 온도가 30도 이상 지속되며, 저녁 및 새벽에는 외부 온도보다 4~6도 높은 '찜통' 주거 환경에 놓여 있는 충격적인 실태가 스마트 센서를 통해 측정된 바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실내 온도가 33도 이상임에도 냉방기기 전력 사용량이 거의 없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의 신호로 해석하는 등, 고온 지역을 넘어 더위로부터 보호받기 어려운 조건이 중첩된 가구를 파악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가능하게 한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이미 구축한 스마트 돌봄 인프라는 이러한 선별적 지원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시민 동의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 강화는 필수 전제 조건으로 제시된다. 폭염 대응이 단순한 기후 변화 대응을 넘어 보건 형평성 문제로 인식되는 지금, 효과적인 보건 정책 마련을 위한 윤리적이고 기술적인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