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1개국과 OECD 38개국 중 33개국에서 사용되는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째 법적 공백 상태인 한국이 글로벌 의료 트렌드와 여성 건강권 보장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부 방치는 무책임하다'며 관계법 개정 전이라도 의료진에게 재량권을 부여해 임신중지 약물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이는 전 세계 87%에 달하는 OECD 회원국들이 이미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되며, 현재 한국은 폴란드, 튀르키예, 슬로바키아, 코스타리카와 함께 해당 약물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단 5개 국가 중 하나로 남아있다.
'미프진'으로 불리는 이 약물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성분으로 구성된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필수 의약품 목록에 등재되었으며, WHO는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접근성 보장이 모성사망률을 낮추고 임부와 여아의 존엄성을 보호한다고 강조한다. 국제적으로 의학적 안전성과 효능이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째 법적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판권을 가진 현대약품은 2021년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해당 약물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식약처는 '법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해왔다. 이로 인해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약물을 구하거나 위험한 수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지자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 부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힘 윤용근 의원은 대통령의 지시를 강력히 규탄하며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사례를 보면, 미 식품의약국(FDA)은 2000년부터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 사용을 허용했으며, 심지어 처방전 없이 약국 구매나 우편 배송까지 허용하는 파격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6월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 반대 단체들의 접근 제한 소송을 만장일치로 기각하며 약물 접근성을 옹호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국내 임신중지 약물 도입 논의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WHO의 강력한 권고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6년째 이어진 법적·제도적 공백을 해소하고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관계 부처 간의 긴밀한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약품 접근성 확대가 공중 보건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며, 의약일보는 향후 전개될 논의 과정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