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0년 동안 풀리지 않던 뇌 노폐물 배출의 '첫 관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마침내 규명되면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비침습적 전략을 제시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은 뇌 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숨겨진 미세 구멍인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s)을 발견하고, 2026년 07월 22일 과학 저널 셀(Cell)에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견은 약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발견된 이후 오랜 난제로 남아있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명료하게 규명한 쾌거로 평가받는다.
뇌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로, 노폐물 배출 기능은 뇌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뇌척수액은 뇌 속 노폐물을 씻어내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배출 기능이 부진하면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같은 신경독성 단백질이 축적되어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까지 뇌척수액이 뇌막을 통과하는 정확한 경로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특수 생쥐 모델과 3차원 입체 영상 기술,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 분석, 그리고 형광 물질 추적 실험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뇌척수액이 뇌를 빠져나와 뇌막 림프관으로 유입되는 미세 통로인 지주막 소창의 실체를 확인했다. 이 소창은 뇌 노폐물 청소의 첫 관문이자 핵심 배출 경로임이 기능적으로 규명됐다. 공동 제1 저자인 진철화 연구원은 '지주막 소창이 뇌 노폐물 배출 시스템의 핵심 연결고리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노화가 지주막 소창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했다. 85~100주 된 노화 생쥐에서 지주막 소창이 현저히 좁아지고 주변 뇌막 림프관이 감소하여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희망적인 치료 가능성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노화 생쥐의 비강 점막에 림프관 생성 촉진 유전자(VEGF-C)를 투여하여, 감소했던 뇌척수액 배출 기능을 8~10주 된 젊은 생쥐 수준으로 극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는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약물을 코안에 투여하는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공동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홍선표 연구위원은 「영장류에서도 동일한 지주막 소창 구조를 확인하여, 사람의 뇌 청소 기전을 밝힐 핵심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혀 인체 적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지주막 소창' 발견은 뇌 노폐물 배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혁신하고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비강 내 유전자 투여를 통한 비침습적 치료 가능성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 영장류에서도 확인된 동일 구조를 바탕으로 향후 인체 조직 연구 및 다양한 뇌질환에 적용될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의학계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