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 정보 수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별세 뒤 '아바나 증후군'이라는 미스터리한 신경계 질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의학계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2026년 7월 21일, 제임스 울시 전 국장(1941-2026)이 워싱턴DC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별세했다. 그가 1993년 2월부터 1995년 1월까지 미국 최고 정보 수장으로 재임했던 이력을 고려할 때, 그의 사망은 단순한 고인의 별세 소식을 넘어섰다. 고인의 부인 콘치타 사노프 울시는 2026년 7월 23일(현지시간) 남편의 건강이 사망 전 수년간 '아바나 증후군'으로 악화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는 완치법과 치료법을 찾으려고 전 세계를 여행했으나 결국 슬프게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절규하며 이 미지의 질환이 가져온 고통을 증언했다.
'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말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근무자들에게 처음 보고된 원인 미상의 신경계 증상이다. 현기증, 두통, 환청, 시야 흐림, 이명, 피로, 메스꺼움, 인지 장애, 수면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신경계 이상은 외교관, 정보 요원 등 전 세계 수백 명의 고위층 인사를 포함한 피해 사례가 보고되며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이 증후군을 공식적으로 '이상 건강 사건'(Anomalous Health Incident, AHI)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그 원인이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2021년에는 환자 지원 법률이 입법되어 정부 차원의 대응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원인 규명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 국가정보국(ODNI)과 CIA는 2023년 3월 및 2024년 12월 보고서에서 AHI가 외국의 적에 의한 공격이나 신형 무기에 의한 것일 공산은 '매우 낮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2026년 6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기에 나온 이 두 보고서를 공식 철회하며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아직 대체할 새 보고서는 내놓지 않은 상태로, 이 미스터리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시사한다.
전 CIA 국장의 사망과 연루되며 재조명된 '아바나 증후군'은 단순한 외교·정보 사건을 넘어, 여전히 원인과 치료법이 미궁에 빠진 미해결 신경계 질환으로서 의학계에 중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변화 속에서, 이 미스터리한 증후군에 대한 의학적 접근과 연구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의약·보건 전문 매체로서 의약일보는 이 미지의 질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해답 모색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