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증후군'이라는 유전적 요인이 위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내 의료진의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린치증후군이란 DNA 복구 기능을 하는 유전자의 변이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라는 특정 상태가 나타나는 유전성 암 증후군을 말한다. 현미부수체란 유전체 전체에 걸쳐 짧은 DNA 염기 서열이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부분인데 서열의 길이가 변하는 등 불안정성이 생기면 DNA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쉬워 암 위험도 높아진다. 그러나 위암 발생률이 높은 한국인에게서 위암과 린치증후군의 연관성은 연구가 미비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천안병원 외과 공동 연구팀(최윤영, 윤종혁, 송금종, 이문수 교수)은 2011년부터 2023년까지 두 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1537명 중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으로 확인된 127명(8.3%)을 선별하고, 그중 정상 조직이 확보된 123명을 대상으로 전엑솜 분석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 약 5%에 해당하는 6명의 환자가 린치증후군임이 확인했다. 이는 린치증후군과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위암의 연관성을 입증한 아시아 최초의 연구다. 25~30%가 린치증후군과 관련된 자궁내막암보다는 적지만 결코 무시할 요인이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최윤영 교수는 "연구 결과는 위암 환자 치료 시 유전적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유전자 검사 및 가족력 평가의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한 위암의 조기진단과 환자 가족에 대한 헬리코박터 제균 등의 예방 전략을 포함한 정밀의료 기반의 유전성 위암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암 학술지 'Chinese Journal of Cancer Research'의 최신 호에 게재됐다. 아울러 대한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ACKSS 2024)에서 '우수 연구자상'을 수상해 학술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편, 베데스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음 항목 중 1개 이상에 해당하면 린치증후군 가족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장암 진단 당시 50세 미만인 경우, 대장암 진단 당시 60세 미만이면서 병리학적으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발견된 경우, 동시 또는 여러 번 걸쳐서 2개 이상의 대장암 또는 린치증후군과 연관된 암이 발생된 경우, 본인의 형제, 자매, 자녀 중 1인 이상이 50세 미만의 나이에 대장암 또는 린치증후군 연관 암을 진단 받은 경우, 본인의 형제, 자매, 자녀 중 2인 이상이 대장암 또는 린치증후군 연관 암을 진단 받은 경우다. 린치증후군 연관 암은 대장암이 대표적이고, 자궁내막, 난소, 위, 소장, 간담도, 뇌, 피부 등에서 발생하는 암과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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