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이 많이 찐 복부비만 어린이·청소년은 기억력·학습력과 분노·불안 등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가 훨씬 더 커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미국·브라질·스페인의 어린이·청소년 3000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동기 경험이 뇌발달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ABCD연구) 참가자 332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비만과 건강 불평등이 뇌 구조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복부비만 어린이·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청소년에 비해 기억력·학습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가 약 6.6%, 행복감·공포·분노·불안 등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가 약 4.3% 더 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부비만이 매우 심각한 청소년(허리-신장 비율 0.5 이상)은 특히 편도체가 훨씬 더 컸다. 운동, 청각, 미각, 시력, 촉각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뇌의 시상, 운동을 조절하는 뇌의 뇌두체는 덜 컸다.
연구를 주도한 아우구스토 세사르 F. 데 모라에스 박사(역학)는 "복부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 청소년의 뇌 발달, 기억력, 학습력, 감정 조절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소년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여서 이런 결과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세계의 비만 어린이·청소년의 비율을 보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소녀는 1.7%에서 6.9%로, 소년은 2.1%에서 9.3%로 크게 높아졌다. 미국에선 5~14세의 약 3분의 1(남아 36.2%, 여아 37.2%)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추정된다. 1500만 명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뇌발달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복부비만 어린이·청소년은 인지기능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뇌 부위가 특히 취약하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미국 17개 주의 도시에서 모집했다. 또한 이들 참가자를 2016~2018년부터 2020~2022년까지 4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기초조사 때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9.9세였고 여아가 47.4%였다. 약 34.6%가 복부비만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뇌의 피질 아래 부위인 편도체, 해마, 꼬리핵, 측좌핵, 창백핵, 조가비핵, 시상 등의 부피를 측정했다. 또한 아동기회지수(COI)로 건강 격차를 평가했다. 이 지수는 교육, 보행 가능성, 건강에 좋은 음식의 섭취, 녹지공간 접근성 등 지역사회 특성의 질로 아동의 기회를 평가하는 것이다.
모라에스 박사는 "사회적 기회가 적으면서 복부비만도 심한 청소년은 특히 해마, 편도체, 조가비핵 등 주요 뇌 영역의 발달이 많이 지연됐다. 사회적 불평등과 건강 위험을 함께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들 청소년은 노후에 기억장애나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 연구 결과는 11~14일(현지 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리는 유럽비만학회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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