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존립의 기본 요소인 '모성 보호'를 외면한 법리가 헌법재판소에서 '가까스로' 합헌 결정되며, 임신과 출산이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여성 변호사 지망생들에게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협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약일보가 심층 고발한다.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과 출산을 변호사시험 응시 5년 제한의 예외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변호사시험법 조항에 대해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놀랍게도 재판관들의 의견은 헌법불합치(5명)가 합헌(4명)보다 많았으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위한 정족수 6명에 미달하면서 법적 판단의 최종 결론은 합헌으로 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모순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임신과 출산으로 직업 선택의 기회를 상실한 김누리 청구인의 사례는 현행법의 부당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김씨는 2016년 로스쿨을 졸업했으나, 이후 두 자녀를 출산하며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2020년 '오탈자'(응시 횟수 5회를 초과한 자)가 되어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영원히 박탈당했다. 한 여성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꿈을 가로막는 현실이 된 것이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김상환,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 재판관 5인은 다수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정족수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국가의 모성 보호의무」는 헌법이 명시한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하며, 「적정한 출산율과 인구는 국가 존립과 발전의 기본적 요소」라고 역설했다. 특히,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직시했다. 올해 제15회 변호사시험 여성 접수자 1,897명 중 무려 88.2%에 달하는 1,674명이 25세에서 35세 미만의 임신 및 출산 가능 연령대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법적 배려가 없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반면 4인의 합헌 의견 재판관들은 변호사시험법 7조가 응시 기간을 제한하여 시험 준비에 전념하도록 유도하고, 변호사 수급 조절을 통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저출산 시대에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모성 보호의무'라는 헌법적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출산과 양육이 개인의 직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법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헌재 결정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는커녕 오히려 불씨를 더욱 키웠다는 평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자녀 출산 시 1년 기간을 변호사시험 응시 기간에 미산입하는 내용으로 변호사시험법 개정을 권고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법조계의 반응도 비판 일색이다. 박은선 변호사는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헌재가, 대체 왜 변호사시험에선 법리가 일관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헌재의 이중적 잣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입법부의 조속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인 모성 보호와 국가적 위기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촉발해야 할 중대한 과제를 던졌다. 이미 국민권익위의 명확한 권고가 있었던 만큼, 입법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변호사시험법 개정을 통해 모성을 배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은선 변호사의 「지치지 말고 조금 더 싸우면 끝내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호소처럼, 임신과 출산이 여성 변호사 지망생들의 꿈을 꺾는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