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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망상·공격성, 성격 탓 아닌 '뇌 네트워크 재편' 때문

이호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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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망상, 공격성, 불안 등의 행동·심리 증상(BPSD)이 환자의 개인적 성격 변화나 가족 간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 병이 진행됨에 따라 뇌의 병적 네트워크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발생하는 의학적 현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용인 효자병원 곽용태 박사와 순천향대 천안병원 양영순 교수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양성으로 확진된 알츠하이머병 환자 301명을 대상으로 약물 영향을 배제한 채 병리 부위와 행동·심리 증상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중개 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 최신호(9일 자)에 게재됐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외에 나타나는 다양한 정신행동 증상들은 환자 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극대화하고 시설 입소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이 뇌 안에서 어떤 기전으로 발생하는지, 특히 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뇌 병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정확한 인과관계 규명을 위해 항치매제, 항정신병약, 항우울제, 수면제 등을 복용한 적이 없는 환자만을 선별했다. 이후 좌우 전두엽·측두엽·두정엽 등 6개 뇌 영역의 아밀로이드 침착도와 한국판 신경정신행동검사(K-NPI)의 12개 증상 영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임상치매척도(CDR) 기준에 따라 초기(CDR 0.5), 경도(CDR 1.0), 중등도(CDR 2.0) 단계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치매 초기 단계(CDR 0.5)에서는 특정 뇌 영역과 특정 정신 증상이 비교적 뚜렷하게 연결된 '모듈형 네트워크' 구조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야간행동 장애 및 과민성은 좌측 측두엽·두정엽과 연결됐고 ▲우울 및 무감동은 양측 전두엽과 ▲불안 및 탈억제는 우측 측두엽과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그러나 병이 더 진행된 경도(CDR 1.0) 및 중등도(CDR 2.0) 단계에 이르자 이러한 구분이 사라지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여러 증상과 뇌 영역이 서로 광범위하게 얽히면서 복합적인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좌측 측두엽과 좌측 전두엽이 전체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주요 허브' 역할을 했으며, 증상 중에서는 '공격성'과 '망상'이 가장 강력한 연결성을 보였고 탈억제와 불안이 그 뒤를 이었다.

곽용태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도둑 망상이나 의심, 공격성 등을 단순한 성격 변화나 가족 갈등, 혹은 보호자의 대응 미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뇌 병리와 직결된 의학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의지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뇌 네트워크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증상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치매 환자의 행동·심리 증상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곽 박사는 "치매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적 접근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증상이 분리되어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는 이에 맞춘 환경 조절, 보호자 교육, 행동치료적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병이 진행되어 뇌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얽힌 후에는 수면 관리, 불안 조절, 전반적인 돌봄 환경 개선 등 전반적인 안정화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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