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단순히 '혈당이 높은 상태'로만 여기고 치료를 미루면 돌이킬 수 없는 혈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 진단 초기, 약물 치료를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가 향후 수십 년간의 심혈관 건강과 생존율을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강북삼성병원·서울대병원·성균관대 약대 공동 연구팀은 국내 성인 당뇨병 신규 진단 환자 2만 3,452명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했다.
초기 3개월, '골든타임'의 중요성
연구팀은 당뇨병 진단 후 약물 치료 시작 시점에 따라 환자들을 ▲3개월 이내 ▲6개월 이내 ▲12개월 이내 ▲12개월 이후 등 4개 그룹으로 나누어 5년간의 예후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진단 후 3개월 이내에 약물 치료를 시작한 그룹은 1년 이상 치료를 미룬 그룹에 비해 향후 5년 내 전체 사망 위험이 69%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심혈관 사건(심근경색, 뇌졸중 등) 발생 위험 또한 68% 낮은 경향을 보였다. 치료 시점이 늦어질수록 이러한 보호 효과는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사 기억' 효과와 조기 개입의 힘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의 핵심 원인으로 '대사 기억(metabolic memory)' 또는 '레거시 효과(legacy effect)'를 꼽는다. 당뇨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혈당을 관리하면, 이후 혈당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혈관이 입는 손상을 장기간 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반대로, 진단 초기 고혈당 상태가 방치되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누적되어 혈관 손상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진행된다. 연구팀은 "당뇨병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없어 치료를 미루는 환자가 많지만,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고혈당은 뇌,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를 서서히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당뇨약 도입으로 치료 효과 극대화
최근 당뇨병 치료 환경이 개선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혈당 조절에만 급급했다면, 최근 도입된 GLP-1 수용체 작용제나 SGLT-2 억제제 등은 심부전·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된 약제들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2018년 이후 진단된 환자들의 조기 치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심혈관 보호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 진단 시 신속한 약물 치료 개시가 장기적인 생존율을 높이는 결정적 전략임을 시사한다"며, "보건당국과 의료진은 환자들이 당뇨병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즉각적인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캠페인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 가이드] 당뇨병 환자가 기억해야 할 핵심
증상이 없어도 위험: 혈당 수치가 높다면 당장 증상이 없어도 혈관은 손상되고 있습니다.
조기 치료의 이점: 진단 즉시(3개월 이내) 관리를 시작하면 사망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전신 질환으로 인식: 당뇨병은 혈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을 동반하는 전신 질환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최신 치료제 상담: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입증된 새로운 계열의 약물에 대해 주치의와 적극적으로 상담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