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앞 '이름모를 자유전사의 비'에 바쳐진 한 송이 국화는 76년 전 6월, 최전선보다 더 참혹했던 병원 안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지키려다 산화한 무명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의료 현장의 잊혀서는 안 될 비극적 역사를 다시금 일깨웠다.
오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이름모를 자유전사의 비' 앞에서 한국전쟁 발발 초기 '서울대병원 학살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가 엄숙하게 거행됐다. 이 비는 지난 2026년 3월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시설로 지정되며 그 의미를 더했다. 76년 전 참혹한 의료 현장에서 피어난 숭고한 희생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린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추모제의 배경이 된 '서울대병원 학살 사건'은 1950년 6월 28일, 북한군이 서울대병원에 난입하여 입원 중이던 국군 부상병은 물론 일반 환자, 가족, 의료진 등 무고한 생명을 무참히 살해한 비극이다. 당시 육군본부 병참학교 소속 조용일 소령과 남모 소위가 지휘하는 국군 1개 경비 소대 병력은 의료진과 부상병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항전하다 전원 전사하며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
학살의 참상은 산 증인의 증언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당시 인근 동성고등학교 재학 중 학살을 직접 목격했던 박찬권(95) 참전용사는 ''길거리에 시체가 가득했다''는 절규에 가까운 증언으로 당시의 끔찍함을 전했다. 한때 900~1천여 명이 희생자로 추정되기도 했으나,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 330명의 희생자가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작년 4월, 서울대병원 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북한 정권 사과 촉구, 매장 추정지 유해 발굴 추진, 피해 회복 및 추모사업 지원 등 후속 조치를 정부에 권고했다. 서울대병원은 2014년부터 매년 추모제를 거행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려왔다.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끝까지 부상병을 나르고 치료에 전념했던 의료진들의 헌신과 희생''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할 것을 다짐했다. 이희정 서울북부보훈지청장 역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숭고한 정신을 되새겼다.
진실화해위의 유해 발굴, 피해 회복, 추모사업 지원 등의 권고가 온전히 이행되어야 한다. 이 사건은 의료의 존엄성과 전쟁의 비인간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를 상기시킨다. 의료 현장의 잊혀진 비극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의료인들에게도 생명 존중과 헌신의 가치를 일깨우는 중요한 역사적 교훈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할 필요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