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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센터, 2.4만명 구원…'지인 성폭력' 70% 실태

고진아 기자

현재,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암울한 순간, 한 줄기 빛처럼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 밤낮없이 문을 열고 지난해에만 2만4천755명에게 증거 확보부터 의료, 법률, 심리 지원까지 전 과정을 무료로 제공한 전국 41개 해바라기센터의 이야기는, 단 30여 명의 헌신적인 손길로 이뤄지는 기적과도 같다.

서울 혜화역 인근, 얼핏 보면 평범한 건물 안에 자리한 서울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사회적 시선과 고통 속에서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을 상징하듯,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4년 연세의료원 내 첫 개소 이후 2026년 현재 전국 41개 센터로 확장된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연중무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은 성평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지방경찰청, 종합병원 간의 견고한 4자 협력체계다. 의료, 상담, 수사 지원, 법률 서비스를 한곳에서 통합 제공하며 피해자가 겪어야 할 복잡한 절차와 추가 피해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서울대병원 소속 전임의 4~5명이 상주하며 정신과·산부인과 진료실, 놀이치료실 등 다양한 시설에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서울해바라기센터 심현지 간호사는 '성폭력 증거채취 응급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간호사는 「법의학적 증거 확보는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필수적입니다. 월 평균 25건씩 사용되는 이 키트를 통해 증거를 채취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 3~4주 후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증거채취에는 통상 3~4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의료진과 상담사는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에 주력한다. 다만, 서울해바라기센터는 총 30명 정도의 인력으로 운영돼 늘 손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해바라기센터, 2.4만명 구원…'지인 성폭력' 70% 실태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해바라기센터가 손길을 내민 피해자는 총 2만4천755명에 달한다. 성별로는 여성이 2만68명(81.1%), 남성이 4천384명(17.7%)으로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피해 유형은 성폭력이 1만7천520명(70.8%)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폭력(4천128명, 16.7%), 교제폭력(193명, 0.8%), 스토킹(177명, 0.7%), 성매매(160명, 0.6%)가 뒤를 이었다. 정명신 서울해바라기센터 행정소장은 「피·가해자 관계의 70% 정도는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라며, 가족이나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에 의한 폭력 또한 상당하다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성폭력 등 새롭게 등장하는 피해 유형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해바라기센터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심리지원, 불법 촬영물 삭제 및 모니터링 등 맞춤형 지원을 관계 기관과 협력하여 제공하며 진화하는 폭력에 맞서고 있다.

해바라기센터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제공하는 원스톱 지원은 단순한 도움을 넘어 사회적 낙인과 고통 속에서 홀로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최후의 보루다. 현재 직면한 인력 부족 문제와 디지털 성폭력 등 진화하는 폭력에 대한 맞춤형 대응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관계 기관의 지속적인 지원은 물론, 시민 사회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수적이다. 해바라기센터가 모든 폭력 피해자에게 희망의 등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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