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DAILY의약일보

독감 유행 2~3개월 빨라졌다: 팬데믹이 앞당긴 심혈관 사망 정점

고진아 기자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 미하엘 지버 박사팀이 ‘PLOS Global Public Health’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독감 등 계절성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 시기를 2~3개월 앞당기고 심혈관질환 사망 정점까지 변화시켰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비약물적 방역 조치가 역설적으로 다음 유행을 일찍 불러온 배경과 공중 보건 전략에 대한 심층 분석이 시급하다.

연구팀은 14년간의 독일 데이터를 분석하며 팬데믹 전후 호흡기 감염병 유행 양상의 극적인 변화를 확인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독감 및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유행이 주로 2~3월에 정점에 달했지만, 2020-2021년 겨울 팬데믹 기간 중 강력한 비약물적 방역 조치로 유행이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이후 2021-2022년과 2022-2023년 겨울 유행은 예년보다 8~12주(2~3개월) 빨라져 12월 또는 그 이전에 시작되고 정점에 도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23-2024년과 2024-2025년에는 점차 원래의 유행 시기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유행 시기의 변화는 팬데믹 기간 동안 유행이 억제되면서 집단 면역 수준이 감소하고 감염 취약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비약물적 방역 조치로 한 시즌 감염병 유행이 사라지자, 면역력이 약해진 인구가 늘어나 다음 시즌 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해진 것이다. 이는 ‘집단 면역의 역설’로 불리며 공중 보건 정책 입안자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독감 유행 2~3개월 빨라졌다: 팬데믹이 앞당긴 심혈관 사망 정점
[사진=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호흡기 감염 유행 시기 변화와 함께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의 정점도 변화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의 정점은 기존 2~3월에서 독감 유행이 빨라진 시점과 맞물려 12월 또는 1월 초로 앞당겨졌다. 이는 호흡기 감염이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심혈관질환 발생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취약 계층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 미칠 수 있다.

계절성 감염병 유행 시기의 2~3개월 변화는 보건 당국이 독감 백신 접종 시기를 앞당기는 등 예방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개인의 감염 이력 관리를 통해 면역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형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번 연구는 백신 접종이 급성 감염 예방을 넘어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중요한 전망을 제시하며, 공중 보건 전략에 다각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Copyright © 의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감 유행 2~3개월 빨라졌다: 팬데믹이 앞당긴 심혈관 사망 정점 : 최신논문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