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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BCI, 사지마비 환자 손·감각 2년 회복

고진아 기자

손 쓸 수 없던 사지마비 환자가 자신의 의지대로 손을 움직이고 잃었던 촉감까지 되찾았다. 오늘(17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미국 연구팀의 '이중 신경 우회'(DNB) 시스템은 AI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로 척수 손상 환자의 신경계를 재연결, 수년 간 회복 효과가 지속되는 기적 같은 결과를 보여주며 전 세계 의학계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1천500만여 명이 척수 손상을 겪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완전 사지마비는 기능 회복이 극히 어려운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기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주로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보조 역할에 머물러 근본적인 기능 회복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 채드 부턴 교수팀이 개발한 DNB 시스템은 AI, BCI, 그리고 척수와 뇌에 대한 정밀 전기자극을 결합한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이 시스템은 환자의 움직임 의도를 뇌 신호로 포착한 뒤, AI가 이를 분석하여 전완 근육과 척수, 감각피질에 정확하게 전기 자극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운동 기능과 촉각 인지를 동시에 회복시키며, 손상된 신경계의 새로운 연결을 유도하는 신경가소성 원리를 활용한다.

AI·BCI, 사지마비 환자 손·감각 2년 회복
[사진=연합뉴스]

이번 임상시험에는 2020년 다이빙 사고로 13개월간 완전 사지마비 상태였던 45세 남성 환자가 참여했다. DNB 시스템은 3년간 적용되었으며, 집중 치료는 35주간 진행됐다. 그 결과, 환자의 오른팔 근력은 86%, 왼팔 근력은 62% 향상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환자는 코를 긁고 입을 닦으며, 컵으로 물을 마시고 스스로 식사를 하는 등 일상생활 동작을 부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AI는 환자의 손 움직임 의도를 5개월 이상 별도의 재학습 없이 최대 84.6%의 정확도로 인식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러한 운동 및 감각 기능 회복 효과가 장치 사용 중단 후에도 2개월 이상, 최근 추적 조사에서는 2년 넘게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기계적 보조를 넘어 손상된 신경계의 근본적인 재연결을 유도하여 기능 회복을 지속시킨다는 점에서 기존 BC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로 평가된다. 채드 부턴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수백만 명의 마비 환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수십만 명의 마비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단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 결과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손상된 신경계의 '재연결'을 통한 근본적 기능 회복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척수 손상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향후 다양한 유형의 척수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와 안전성 검증이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면, 수많은 사지마비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희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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