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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지 악용 논란 격화, '나눔'과 '특혜' 사이 딜레마

고진아 기자

지하철 배려석은 물론 공항 전용 카운터, 유명 식당 할인까지, 임산부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의 '열쇠'인 임산부 배지가 중고 시장에서 끊임없이 유통되며 사회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된 배지의 그림자와, 진정 필요한 이들에게 '생명줄'이 되는 '나눔'의 빛. 과연 이 첨예한 대립 속에서 건강한 사회적 합의를 찾을 수 있을까?

2026년 7월 18일 현재, 임신 사실을 증명하고 각종 혜택을 받는 '임산부 배지'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활발히 유통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인 6월 26일, 스레드에 임산부 배지 중고 거래 캡처본이 올라와 약 41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문제가 공론화됐다. 배지 유료 거래는 금지되어 있지만, 스레드 사용자 'y***'는 「당근에서 돈 받고 팔던 사람도 있더라」고 주장하며 유료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7월 17일 기준으로는 '판매' 글은 사라졌으나, 「필요한 사람 있으면 가져가라」는 '무료 나눔' 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임산부 배지는 외관상 표시가 나지 않는 임신 초기 산모 보호와 대중교통 배려석 양보 유도를 위해 고안된 제도다. 주요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은 임산부 전용 카운터, 우선 탑승·수속 혜택을 제공하며, 일부 호텔 뷔페는 20~5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편의를 준다. 과거 2024년 대전 성심당도 임산부 혜택을 제공했다가 악용 논란에 휩싸여 산모수첩 확인으로 방침을 변경한 바 있다. 이처럼 배지가 '프리패스'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자, 한 배지 제작업체는 지난 4월인 2026년 4월 홈페이지에 「프리패스 목적으로 악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개인 구매 불가 방침을 공지하기도 했다.

임산부 배지 악용 논란 격화, '나눔'과 '특혜' 사이 딜레마
[사진=연합뉴스]

이모 씨(34)와 김모 씨(29) 등 일부 임산부들은 '나눔'의 불가피한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들은 임신 초기에 배지가 아니면 임산부임을 알리기 어렵고, 대중교통 이용 시 배려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박모 씨(32)는 「배려가 특혜로 변질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다. 출산모 정모 씨(33)는 배지 악용 소식에 우려를 느껴 출산 후 배지를 나눔하지 않고 보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과 중고나라 등은 임산부 배지 유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책임론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7월 15일 「악용 사례는 알고 있지만, 배지 회수 비용이 제작비보다 더 들어 물리적 회수는 어렵다」며 시민 의식 개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법무법인 대륜 최광현 변호사는 비임산부의 배지 사용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사기죄, 업무방해죄 등 법적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 경각심을 높였다.

이러한 논란의 해법으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는 출산 후 배지를 확실히 회수할 '반납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정 교수는 「현재 유효기간 관리 부재가 악용 가능성을 키운다」고 지적하며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산부 배지 악용 논란은 단순한 물품 거래 문제를 넘어, 임산부 배려 제도의 본질과 시민 의식의 성숙도를 묻는 질문이다. 출산 후 배지를 회수하는 시스템 부재와 시민들의 자율적 배려에만 의존하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으며, 복지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스스로 감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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