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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살지만 아픈 기간도 늘었다"... 세계인 기대·건강수명 격차 확대

이호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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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발전과 생활환경 개선 등으로 세계인의 수명은 크게 늘었지만, 정작 병치레하며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사는 기간은 오히려 더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보건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 크리스토퍼 머리 박사 연구팀은 의학 저널 '랜싯 공중 보건(Lancet Public Health)'을 통해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204개 국가·지역의 기대·건강수명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질병 이환 기간 격차(morbidity gap)'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확대됐다.

전 세계 질병 이환 기간 1.9년 늘어… 평생의 14.5%는 '불건강'

분석 결과, 전 세계 질병 이환 기간 격차는 1990년 평균 8.8년에서 2023년 10.7년으로 1.9년(21.9%) 증가했다. 조사 대상 204개 국가·지역 중 무려 203곳에서 이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사람들은 평생의 14.5%를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0년(13.6%)보다 0.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연구팀은 건강하지 못한 기간이 생애 마지막 시기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성인기 전반에 걸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성인기 전반에서 만성질환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총량 자체가 커졌다는 의미다.

고소득 국가일수록 이환 기간 길어… 한국은 11.6년

국가별 발전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고소득 국가일수록 기대수명이 긴 만큼 건강하지 못한 기간도 길었다.

주요국 질병 이환 기간 (2023년 기준)

미국: 14.0년 (가장 긺)

호주: 13.9년

캐나다: 13.7년

고소득 국가 평균: 12.7년

한국: 11.6년 (1990년 9.4년에서 2.2년 증가)

성별 격차도 뚜렷했다. 여성은 모든 지역에서 남성보다 더 오래 살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가는 기간도 더 길었다. 2023년 여성의 질병 이환 기간은 평균 12.1년으로 남성(9.3년)보다 2.8년 더 길었다.

만성질환이 주원인… "보건 정책 목표 수정해야"

질병 이환 기간을 늘리는 주범은 대부분 '만성질환'이었다.

근골격계 질환(특히 요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우울증·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노인성 난청 등 감각기관 질환, 낙상 등 비의도적 손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전 세계 건강 손실 기간의 57.4%에 달했다.

머리 박사는 "앞선 인구 건강의 향상은 단순히 오래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하는 데 달려 있다"며 "건강한 노화는 수명뿐 아니라 건강수명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며,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장기 돌봄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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