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용 마약류 특별감시단'을 출범하며 오남용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2천20만명의 국민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고, '치료'라는 면죄부 뒤에서 프로포폴과 페티딘 같은 약물에 중독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은 여전히 암울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월 1일 '의료용 마약류 특별감시단'을 출범하며 마약류 오남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365일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한 식약처는 오유경 식약처장이 6월 18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안전관리 추진 계획'에 따라 징벌적 과징금 부과 및 인공지능(AI) 활용 감시 체계 도입을 통해 강력한 규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칼날이 무색하게, 국내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지난해 2천20만명에 달한다. 이는 국민 10명 중 4명 수준의 충격적인 수치로, 2년 연속 2천만명 상회를 기록했다. 2021년 대비 7.2% 증가한 환자 수와 지난해 처방량 19억5천724만개(2021년 대비 7.1% 증가)는 '의료용'이라는 명분 아래 마취제, 식욕억제제 등 마약류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산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남용은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의료인들의 불법 처방은 끊이지 않고 있다. 6월 30일에는 의사 A씨가 환자 10명과 배우자에게 프로포폴·케타민을 99회에서 최대 508회까지 투여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의사 B씨는 환자 C씨에게 10개월간 프로포폴 2천㎖를 10회에 걸쳐 투여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일반인과 유명인들의 오남용 사례도 적나라하다. 환자 C씨는 202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18곳의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84회 투여하는 이른바 '의료쇼핑'을 일삼다 적발됐다. 올 1월에는 간호조무사가 병원에서 프로포폴 등을 빼돌려 투약한 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올 2월에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운전자가 포르쉐를 몰다 반포대교로 추락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일명 '롤스로이스 운전자'도 타인 명의를 포함해 14곳에서 57회나 처방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연예인들의 오남용도 이어져, 배우 유아인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으며, 배우 하정우 역시 2021년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더 큰 문제는 법의 허점이다. 을지재단 박준영 회장은 2013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천677일간 무려 페티딘 79만4천200㎎을 처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업무 외 목적 처방전 발급 상대방 처벌 규정 미비'라는 법적 사각지대가 '의료용'이라는 면죄부 뒤에 숨겨진 오남용을 부추기는 현실은 법의 재정비가 시급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식약처는 올해 상반기 의료기관 30곳을 점검해 17곳을 적발하고 이 중 27곳에 대해 11곳을 수사 의뢰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졸피뎀, 프로포폴 등 7종의 의료용 마약류를 적정 기준 이상으로 처방한 의사 3천923명이 포착돼 면밀히 추적 관찰 중이다. 이처럼 강력한 감시와 단속이 이어지고 있지만, 끊이지 않는 오남용 사례는 현행 대책의 한계를 시사한다.
정부의 강력한 특별감시와 전방위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용'이라는 면죄부를 악용하는 사례를 근절하고,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층적 감시와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오남용이 더 큰 사회적 재앙으로 번지기 전에, 치료 목적으로만 의료용 마약류가 사용될 수 있는 안전한 의료 환경 구축을 위한 정부, 의료계, 그리고 시민 사회의 총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