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DAILY의약일보

자녀 건강, 임신 중 흡연보다 '사회경제적 빈곤'이 더 치명적

고진아 기자

자녀의 건강을 위해 임신 중 흡연과 음주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최신 연구는 부모의 개인 행동보다 가정의 낮은 사회경제적 환경이 아이 건강에 훨씬 강력하고 일관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 보건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요구하고 있다.

2026년 7월 24일 의학 저널 'PLOS 메디신'에 발표된 영국 엑서터대 젬마 샤프 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자녀 건강 증진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오랫동안 의학계와 보건 당국은 임신 중 부모의 흡연과 음주 절제를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개인의 행동 변화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 즉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자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샤프 박사팀은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1991년부터 2008년 사이에 출생한 부모와 자녀 최대 23만2천139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코호트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출생부터 11세까지 측정된 자녀의 72개 건강 지표(출생 시 신체 크기, 체질량지수(BMI), 정신건강, 행동 문제 등)를 세밀하게 비교 분석했다.

자녀 건강, 임신 중 흡연보다 '사회경제적 빈곤'이 더 치명적
[사진=연합뉴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부모의 임신 중 흡연이 자녀 건강 결과와 통계적으로 연관성을 보인 비율은 6%였고, 음주는 3%, 카페인 섭취는 0.4%에 불과했다. 반면, 가정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 건강 결과와 무려 15%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부모의 임신 중 흡연보다 2배 이상, 음주보다는 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자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핵심 원인이 부모의 개인 행동보다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반전의 숫자'인 셈이다.

젬마 샤프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사회경제적 취약성은 부모 어느 쪽의 흡연·음주·카페인 섭취보다 자녀의 좋지 않은 건강 결과와 더 일관되게 관련돼 있었다」고 강조하며, 보건 정책의 방향 전환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이는 자녀의 건강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단순히 개인의 건강 행동 개선을 독려하는 것을 넘어,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집중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자녀 건강 증진에 대한 기존의 접근 방식을 재고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한다. 개인의 건강 행동 변화를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빈곤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구조적인 정책 마련이 자녀의 평생 건강을 좌우할 핵심 요소임을 강조한다. 국가 보건 정책 수립자들은 이 같은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Copyright © 의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