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의 의료비 환급금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잠자다 378억 원이 소멸시효 만료로 영구 소멸되면서, '선지급 후 신청'이라는 현행 제도의 맹점이 드러나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본인부담상한제 초과 의료비 환급금 중 최근 5년 6개월간(2021년~2026년 6월) 미지급된 금액이 총 42만 4,727건, 3,617억 1,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2026년 8월 3일 확인됐다. 이 가운데 지급 신청을 하지 않아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나 영영 받지 못하게 된 금액은 5만 4,002건, 378억원으로 집계돼 충격을 주고 있다.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오히려 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게 방치하는 '정책의 역설'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다. 그러나 문제는 환급 절차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급 대상자에게 안내문을 발송하면,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환급금이 지급되는 '선지급 후 신청' 방식이다. 이때 신청하지 않은 환급금은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돼 기한이 지나면 수령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소멸된 378억원 중 2021년 진료분은 157억 3,100만원, 2022년 진료분은 221억 2,400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수백억 원의 국민 돈이 잠자는 사이 영구 소멸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제도적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실태를 지적하며 제도 보완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 의원은 「환급 대상자에 대한 안내를 더욱 강화하고, 대상자가 직접 신청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본인부담상한제 취지에 따라 제도가 온전히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행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제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본인부담상한제의 본래 취지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환급금 지급 절차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더욱 적극적인 안내 강화는 물론, '대상자가 직접 신청'하는 현행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당한 환급금이 누락 없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