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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의무화 2년, 환자 절반 '깜깜이'… 신뢰 붕괴 '제도 도마'

고진아 기자

2023년 9월부터 시행된 수술실 CCTV 의무화 제도가 시행 2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 절반은 이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깜깜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정책이 대중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현장 의료진과의 신뢰마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25년 9월 25일부터 10월 28일까지 만 15세 이상 수술 경험 환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조사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제도 자체를 알고 있는 환자는 49.5%로 절반에 못 미쳤으며, 실제 수술 촬영 경험은 18.5%에 불과했다. 환자들이 촬영 요청을 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안내받지 못해서'(33.5%)와 '제도를 몰라서'(28.1%)였다.

제도 인지도는 낮았지만, 환자들의 CCTV 촬영 니즈는 명확했다. 촬영을 요청한 환자 중 74.6%는 그 이유로 '의료사고·과실 대비'를 꼽았다. 더욱이 촬영을 마친 환자의 84.9%가 '안심됐다'고 답하며, 수술실 CCTV가 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는 환자들이 투명성을 통해 수술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잠재적 의료분쟁에 대비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졌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의료 현장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2025년 10월 17일부터 11월 13일까지 의료진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2%의 의료진은 CCTV가 환자-의료진 간 신뢰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의료진 10명 중 7명(70%)은 2023년 9월 의무화가 아니었다면 CCTV를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력히 밝혔다.

수술실 CCTV 의무화 2년, 환자 절반 '깜깜이'… 신뢰 붕괴 '제도 도마'
[사진=연합뉴스]

한 의료진은 「의무화에 엄청나게 분노했다.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학교로 따지면 참관 수업을 매번 하는 것과 같고, 그 실효성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제도 도입의 강제성과 의료 행위의 본질적 특성 간의 괴리를 호소했다. 실제로 조사 대상 근무 기관의 수술실 93%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이는 의무화에 따른 수동적인 설치였음을 엿볼 수 있다.

환자는 안심을 얻고자 하지만, 의료진은 불신과 잠재적 감시의 시선에 분노하며 제도에 대한 깊은 불만을 표출하는 상반된 인식은 현재 수술실 CCTV 의무화 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의료진이 요구하는 '법적 책임 범위 명확화' 등 제도적 지원 없이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진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알 권리 보장과 의료진의 자율성 및 신뢰 존중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자 인지도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의료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환자 보호라는 숭고한 목표와 의료 현장의 현실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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