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이 겉으로는 늘었지만, 건보노조는 이를 '국민 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모험'이라며 '사실상 감액'으로 규정했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폭증과 정부의 법정 지원 의무 미이행이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이 사지로 몰리고 있다는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오늘(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7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은 13조 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 700억원 증액됐다. 이에 따라 국고 지원율은 올해 14.2%에서 내년 14.4%로 0.2%p 소폭 상승한다. 하지만 이는 법정 지원 의무인 20%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은 물가상승률과 의료수가인상률을 고려할 때, 이번 증액을 ''사실상 감액''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건보노조는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국고지원 의무 미이행 지적에 대해 '타당하며 수정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정부가 법에 명시된 20%는커녕 실질적 감액을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의 고질적인 법정 지원 의무 불이행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국가 재정으로 메워야 할 정책사업에 건보 재정을 무분별하게 전용해왔다는 점이다. 정부는 의정 갈등 비상 진료,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필수의료 지원대책 등에 8조 6천억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끌어다 썼으며, 코로나19 대응에도 8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총 16조원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건보 재정에서 충당함으로써, 건강보험의 건전성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급격한 노인 인구 증가와 의료 수요 폭증은 건강보험 재정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2024년과 지난해(2025년) 두 차례에 걸친 건보료 동결은 이러한 재정 악화 추세에 역행하는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건보노조는 2028년 총선을 의식한 보험료 동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하며, 미래 건강보험 재정 위협을 경고했다.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27년 건강보험료율이 결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국고지원의 실질적 감액에 이어 보험료 동결로 건강보험 재정을 '사지로 몰아넣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보노조의 강력한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훼손과 국민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정책 결정과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