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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맛 잃으면 삶도 무너진다"… 후각·미각 장애, 만성질환만큼 심각

이호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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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이나 미각을 상실한 환자들이 겪는 삶의 질 저하 수준이 당뇨병이나 뇌졸중 등 심각한 만성질환 환자들의 고통과 비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후각과 미각 장애를 단순한 불편함으로 치부해온 사회적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노리치 의대 칼 필폿 교수팀은 의학 저널 '임상 이비인후과학(Clinical Otolaryngology)'을 통해 후각·미각 장애(SATDs)가 환자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의 주요 문헌을 검토하여, 후각·미각 장애 환자들의 삶의 질(EQ-5D-5L)과 우울증 지표(벡우울척도, BDI)를 당뇨병,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대표적인 만성질환자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후각·미각 장애 환자들의 삶의 질과 우울증 점수는 당뇨병이나 뇌졸중 환자들에게서 보고된 수치와 매우 유사했다. 후각·미각 장애 환자 4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평균 우울척도 점수는 13.38점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환자의 약 45%만이 정상 범주의 기분을 유지할 뿐, 나머지 55%는 경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겪고 있었다. 특히 후각 상실의 정도가 심할수록 우울감은 더욱 깊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칼 필폿 교수는 환자들이 겪는 고통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환자들은 음식에서 느끼는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사회적 교류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며 "가스 누출이나 화재 냄새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안전에 대한 극심한 불안, 감정이 무뎌지는 듯한 정서적 공허함이 환자들을 괴롭힌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후각·미각 장애가 단순히 감각의 상실을 넘어, 환자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적·사회적 고통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후각·미각 장애가 생명 자체를 위협하는 만성질환과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환자가 체감하는 삶의 질 하락 폭과 정신적 고통의 크기는 결코 가볍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 체계에서 후각·미각 장애는 여전히 과소평가되는 분야다. 필폿 교수는 "많은 경우 우선순위가 낮은 문제로 취급되어 치료법 또한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제는 우리 사회와 의료계가 후각·미각 장애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개선하고, 이를 위한 전문적인 진료 체계 구축과 연구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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