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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위기 응급실 지킨 영웅, 1천만원 과태료 역설

고진아 기자

2026년, 의료대란의 상흔이 여전한 가운데, 모두가 떠나 폐쇄될 뻔한 응급실을 1년 가까이 지켜낸 퇴직 보건소장 주선(가명)씨에게 국가가 보낸 것은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고지서'였다.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발표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은 2024년 2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정부는 같은 달 23일 보건의료 재난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격상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는 이른바 '시니어 의사 지원 사업' 등을 장려하며 공공의료 분야로의 의사 복귀를 적극 권유했다.

이러한 재난경보 '심각' 단계가 이어지던 2025년 9월, 전 보건소장 주선씨는 의료 공백의 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2023년 11월 경남 지역 보건소에서 퇴직한 그가 향한 곳은 서울특별시 동부병원 응급실이었다. 당시 동부병원 응급실은 의사 5명 중 4명이 이탈하여 폐쇄 직전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주선씨는 약 1년간 야간과 공휴일 진료를 도맡으며 사실상 홀로 응급실을 지켜냈다.

그러나 그의 헌신에 대한 감사는커녕 뜻밖의 복병이 찾아왔다. 동부병원은 2024년까지만 해도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선씨가 응급실에 취업한 2025년에 공교롭게도 대상 기관으로 지정됐다. 주선씨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위기의 응급실을 살리기 위해 뛰어든 상황이었다.

폐쇄 위기 응급실 지킨 영웅, 1천만원 과태료 역설
[사진=연합뉴스]

결국 2026년 4월, 주선씨는 퇴직 공직자 취업 일제 조사 대상자로 통보받았다. 이어 2026년 5월, 경상남도공직자윤리위원회는 그의 동부병원 취업 자체는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사전에 취업 제한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임의로 취업한 것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경상남도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 같은 결정과 함께 관할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통보했다.

현재(2026년 7월 22일), 주선씨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국가는 한 손으로는 지원금을 들고 '와 달라' 했고, 다른 손으로는 과태료 고지서를 내밀었다」며 역설적인 상황에 대한 탄식을 쏟아냈다. 의료 현장의 긴급한 요청에 응답한 퇴직 공직자에게 돌아온 법적 제재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과연 재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주선씨는 이번 재판을 통해 '위기 때 현장으로 달려갈 의사들의 발을 묶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재난 발생 시 공직자윤리법의 기계적 적용 대신, 임상 진료 목적 취업에 대한 특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두가 외면한 응급실을 지키며 헌신한 의사에게 과태료라는 불명예가 아닌 합당한 대우가 돌아갈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헌신하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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