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연구진이 암세포 생존에 관여하는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를 규명하고 이를 억제하는 펩타이드를 개발, 특허를 등록했다.
이 펩타이드는 정상 세포에는 독성이 없는 대신 페암·대장암·췌장암 등에서는 다양한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나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물질인 아미노산이 2개 이상 연결된 분자로, 생물체 내에서 호르몬, 효소, 신호전달 물질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는 9일 분자생물학과 장세복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 생존을 촉진하는 HMGB1(High Mobility Group Box 1)-RAGE(Receptor for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단백질 복합체의 결합 구조를 극저온 전자현미경 기법으로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에서 해석하고, 이 구조를 기반으로 암세포 증식·이동 억제 기능을 갖춘 펩타이드를 설계해 차세대 항암제 후보물질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통해 HMGB1-RAGE 복합체의 결합 부위를 규명한 결과, HMGB1와 RAGE 간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확인됐다. 이 결합을 차단하는 새로운 펩타이드는 당 독소 수용체인 RAGE와 경쟁적으로 결합해 기존 HMGB1-RAGE 복합체 형성을 저해하고, 암세포에서 활성화되는 ERK1/2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해 자가포식(autophagy), 세포 증식 및 이동을 현저히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폐암 세포주와 대장암 세포주 및 췌장암 세포주에서 펩타이드 투여 시 암세포의 ATP(아데노신 삼인산) 생성이 현저히 감소하고 세포 이동성이 억제됨을 관찰했다. 또한 정상 세포에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동물실험에서도 높은 효과가 입증됐다. 면역결핍 쥐에 이식된 폐암 모델에서 펩타이드 단독 투여만으로 종양의 부피와 무게를 40% 이상 감소시켰으며, 독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상 세포에서도 세포 독성이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였다.
기존의 RAGE 억제제들은 비특이적 결합으로 인해 높은 부작용과 낮은 선택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으나, 이번 연구의 펩타이드는 복합체 결합 부위만을 정밀 저해하기 때문에 보다 표적 지향적이고 특이적인 작용기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제의 확장성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장세복 교수는 "기존 RAGE 억제제는 낮은 특이성과 독성으로 인해 임상적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펩타이드 기반 치료법은 특정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통해 암세포에 관여하는 단백질 복합체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생의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바이오메디슨 앤드 파마코테라피(Biomedicine & Pharmacotherapy)' 4월 2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장세복 교수가 교신저자, 금정제약(주) 정미숙 대표이사가 공동 교신저자, 부산대 생명시스템연구소 김현진 전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특허 등록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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