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운동 권장량을 충족하더라도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뇌 수축과 정신력 감퇴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규칙적인 운동이 앉아 있는 시간의 해로움을 상쇄한다'는 많은 사람의 생각에 반한다.


7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 대부분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운동 지침 즉,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신체활동 기준을 충족할 만큼 활동적이었다. 그러나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이런 사람들의 뇌 건강에도 해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테네시 주에 있는 밴더빌트 대학교의 기억&알츠하이머 센터 연구원들은 손목에 착용하는 활동량 측정기를 사용하여 7년 동안 치매가 없는 404명의 노인(평균 연령 71세)의 활동 패턴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초당 30회씩 움직임을 측정하는 첨단 장비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가만히 앉아 있는 상태, 가볍게 걷는 것과 같은 가벼운 활동, 그리고 더 격렬한 움직임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 시작 시와 추적 관찰 기간 참가자들을 방문할 때마다 광범위한 인지검사와 정밀한 뇌 MRI 영상을 촬영했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매일 약 13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출퇴근 시간, 책상에서의 업무 시간, 식시 시간, 퇴근 후 소파에서 즐기는 여가 시간을 모두 합쳐보면 수긍이 가는 수치다.


오래 앉아 있는 것과 관련된 뇌 변화는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영역에서 발생했다. 더 많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영역의 피질 두께가 얇아졌고, 과거 경험과 사건을 회상하는 기억 검사에서 성적이 더 나빴다. 더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마의 부피가 더 빨리 감소했고, 사물의 이름을 대고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이 더 크게 감소했다. 기억 형성과 학습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해마는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받는 뇌 영역 중 하나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아포지 단백질 ε4(APOE-ε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에게 오래 앉아 생활하는 습관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을 유전적 상태에 따라 분류했을 때, APOE-ε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비슷하게 오래 앉아 생활하는 습관을 가진 비보유자들에 비해 전체 뇌 부피, 전두엽 부피, 두정엽 부피의 감소가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APOE-ε4 보유자는 신체 활동 수준과 관계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신경 퇴행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심장 질환, 당뇨병, 암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뇌 건강 역시 앉아 있는 시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를 추가한다. 연구진은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뇌 혈관 손상, 염증 증가, 뇌 세포 간의 연결 약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봤다.


이 연구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운동 지침을 철저히 따르더라도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것은 ​​뇌에 해롭다는 것이다. 바꿔말해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운동량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하다.


일상생활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은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업무 중 수시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주변 걷기, 스탠딩 책상 사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고 짧은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신체 활동만큼이나 신체 활동 중간에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뇌 건강을 좌우한다. 이 연구의 결론은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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