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주변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은 성인 4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지만 원인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뇌신경의 일부인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며 길게는 여러 달 동안 지속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은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대뇌, 소뇌, 뇌혈관 등 뇌 구조·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말초성은 귀 질환, 전정신경 이상, 빈혈 등으로 발생한 어지럼증으로, 전정신경염도 여기 포함된다. 전정신경염은 8번째 뇌신경인 전정와우신경의 일부에 염증이 생겨 어지럼증을 비롯한 신경 손상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며 염증이 사라져도 신경이 마비된 상태로 어지럼증이 지속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몸의 평형을 감지하는 역할은 귓속 내이에 있는 전정기관이 주로 담당한다. 여기서 수집한 평형감각 정보는 전정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데, 이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심한 어지럼증과 구역, 구토, 식은땀, 보행장애 등이 발생한다. 대체로 환절기 면역력 저하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갑자기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
비슷하게 어지러운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 질환인 이석증에선 간헐적인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전정신경염이 있으면 어지럼증이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김진옥 녹색병원 신경과 과장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전정신경염 증상은 대부분 1~2주 내로 호전되는 까닭에 저절로 낫는 병으로 여기기 쉽다"면서 "하지만 길게는 몇 달간 증상이 지속될 수도 있어 진단 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전정신경염 역시 일찍 치료할수록 회복이 빠르다. 전정신경염 진단을 위해선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살핀 뒤 눈이 흔들리는 안진이 있는지를 비롯해 신경계와 혈액 등을 검사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전정신경염으로 확인되면 치료는 전정재활운동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전정재활운동은 균형을 담당하는 시각과 체감각, 전정기관 신호를 뇌가 올바르게 해석하도록 훈련하는 것으로, 적응 및 대치훈련으로 구성된다. 눈과 고개를 돌리는 가벼운 동작부터 시작해 점차 강도를 높이면서 적응훈련으로 머리를 고정한 채 눈으로 물체 움직임을 따라가기, 머리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바라보기 등을 시행한다. 이와 함께 제자리 걷기, 벽 짚고 걷기, 한 발로 서기 등의 대치훈련도 병행한다.
어지럼증은 한 번 발생하면 자주 재발하기 쉬우므로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도 필요하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피하고 혈액순환 증진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염분이 과다하거나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은 피하며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김진옥 과장은 "환자가 극심한 어지럼증과 구토로 힘들어하면 진정제와 같은 약물을 투여하기도 하지만 이는 전정 기능 회복을 늦추고 만성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초기에만 권장한다"며 "가능한 전정재활운동을 병행해 전정 기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한데, 단 고령자라면 전정재활운동 시 균형을 잡지 못해 낙상 사고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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