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이동경 기자입니다. 2026년 05월 21일 07시00분 송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꿈의 휴양지 보라카이, 그곳에서 목줄도, 입마개도 없이 자유를 만끽하며 석양을 즐기는 ‘개’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반려’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화창한 5월, 세계적인 휴양지 필리핀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 눈부신 백사장 위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이 지역 동네 개들입니다. 목줄도, 입마개도 없이 제 집 안방처럼 어슬렁거리며 해변을 거닐고, 관광객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 아래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깁니다. 겉보기엔 유기견 같지만, 이들은 모두 주인이 있는 ‘식구’입니다. 저녁이 되면 대부분 제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들의 일상은 지극히 평화롭고 자유롭습니다. 길을 건널 때면 택시 기사가 멈춰 서서 기다려 주고, 호텔 관계자들은 해변에 누워 쉬는 개들을 쫓아내지 않습니다. 4박5일간의 휴가 기간 동안 짖는 소리 한번 듣기 어려웠을 만큼 순하고 온화한 모습입니다. 마치 보라카이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또 다른 주민처럼 살아갑니다. 기자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개’ 부럽다는 속된 표현이 딱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2026년 현재 한국은 1천500만명을 웃도는 ‘반려인’이 있는 명실상부한 반려견 선진국입니다. 최근에는 ‘개식용금지법’이 통과되었고, ‘동물보호법’상 반려견을 굶겨 죽이면 징역형에 처할 수 있을 정도로 법적 보호 장치가 강화됐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반려견들은 목줄과 입마개로 엄격히 통제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보라카이 개들의 자유로운 모습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보라카이 개들은 특별한 법적 보호 없이도 주민들의 배려와 존중 속에서 살아갑니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한국의 엄격한 법적 보호 장치가 그다지 필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가두지 않아도 곁에 있고, 통제하지 않아도 떠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진정한 반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과 동물의 건강한 공존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보라카이 개들의 자유로운 일상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반려 문화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진정한 ‘반려’는 인간이 동물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자유를 존중하고 함께 공존하는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