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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병 환자 갈 곳 없다…'미용 피부과' 쏠림에 붕괴된 1차 의료

고진아 기자

아토피 때문에 찾아간 '피부과'에서 진료를 거부당하는 현실. 지난 4월 「SNL 코리아」의 코미디가 아닌, 2026년 6월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슬픈 자화상이다.

2026년 6월 6일, 의약일보 취재팀이 강남역 인근 피부과 40곳을 직접 문의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 중 37곳이 「미용 시술만 전문으로 한다」며 피부 질환 진료를 거부했다. 나머지 3곳 중 2곳은 현장 접수 시 「최소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했고, 1곳은 「간단한 약 처방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피부과' 간판을 보고 병원을 찾은 피부병 환자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는 '의료 난민' 신세가 됐다.

피부병 환자들의 고통은 현실이다. 아토피로 지난 5일 강남역의 한 피부과를 찾았던 김모(34) 씨는 「간판이 피부과라고 해서 왔는데 지금 아토피 하나 못 봐요? 그러고도 의사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초 심한 두드러기로 병원을 찾은 박모(29) 씨도 「진료실 문턱도 못 밟아보고 돌아섰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심모(23) 씨는 응급처치만 받은 뒤 결국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작년 11월 습진으로 고생하던 정모(37) 씨와 올봄 지루성 피부염으로 고통받던 황모 씨 등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지역 맘카페에서 정보를 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피부과 개원가의 심화된 미용 시장 쏠림 때문이다. 2024년 기준 피부과 의원 1개당 평균 건강보험 청구액은 4억 2,400만원으로 타 진료과 대비 현저히 낮다. 반면 개원 비용은 10억~15억 원 이상으로 매우 높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높은 개원 및 유지 비용은 전문의는 물론 일반의들까지 미용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2025년) 1~7월 신규 개설 일반의 의원 176곳 중 83%(146곳)가 '피부과 진료'를 신고했다.
더 큰 문제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의 맹점을 악용, 일반의들이 '진료과목' 글씨는 작게, '피부과'를 크게 표기해 전문의 의원과 혼동을 유발하는 관행이다. 이는 김선민 의원실과 전진숙 의원실이 작년 9월 지적한 바 있다.

피부병 환자 갈 곳 없다…'미용 피부과' 쏠림에 붕괴된 1차 의료
[사진=연합뉴스]

1차 의료 인프라 붕괴는 경증 질환의 중증화와 오진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대상포진 초기 증상으로 마포구의 한 피부과를 찾았던 이모(42) 씨는 단순 피부염으로 오진받아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키웠다. 이러한 1차 의료 공백은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집중시켜, 현재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피부과 진료는 최소 4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최응호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1차 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보여주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정부와 의료계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비전문의 의원 간판에서 '진료과목' 표기를 삭제하고 미용 시술 기관 구분을 명확화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올 하반기 추진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전문 진료과목과 미용 시술 중심 의원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환자들이 전문의 의원을 쉽게 찾도록 '전문의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검토는 '진짜 피부과'의 길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제도 개선을 넘어, 국민의 기본적 피부 질환 진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다. 김범준 중앙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국민 누구나 필요한 피부 질환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기본적 의료 접근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 의식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피부과」 간판이 오히려 피부 질환 환자의 진료를 가로막고 병을 키우는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환자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1차 피부과 의료 시스템 복원을 위한 깊은 고민과 행동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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