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시행된 지 2년 9개월, 환자의 절반은 제도 자체를 모르고 의료진은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이라며 불신을 드러내는 현실에서, 과연 수술실 CCTV는 누구를 위한 제도이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환자 안전 확보와 의료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도입된 수술실 CCTV 의무화 제도가 현장에서 깊은 진통을 겪고 있다. 2026년 06월 07일 현재, 제도가 시행된 지 2년 9개월이 지났지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극명한 현실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최근 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 2년이 지난 시점에도 만 15세 이상 국민 1,0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9.5%가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실제 수술실에서 촬영을 경험한 환자는 18.5%에 불과했다. 그러나 촬영을 요청한 환자 대다수인 74.6%는 의료사고 대비를 주된 이유로 들었으며, 촬영 후에는 84.9%가 수술 과정에 대한 안심을 표현하여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의료 현장의 시선은 싸늘했다. 같은 기간 수술실 관련 업무 의료진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00명 중 72%가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의료진 10명 중 7명(70%)은 '의무화가 아니었다면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혀 제도에 대한 강한 반감과 함께, 자율성 침해로 인한 불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의료진들은 수술실 CCTV가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는 환자 안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의료진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신뢰 관계 붕괴 우려와 더불어 영상 자료 활용에 따른 법적 책임 범위의 명확화 등 제도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요구가 현장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환자 안전 보장과 의료진의 전문성 및 신뢰 유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환자의 제도 인지도를 높이고, 수술실 CCTV의 긍정적 활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제도의 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의료 투명성 제고라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지만, 현장의 불신과 낮은 인지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환자 안전 보장과 의료진의 자율성 및 전문성 존중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가치가 공존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와 실질적인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