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혈당다이어트 #간헐적단식.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유행 중인 다이어트 관련 해시태그다. 자기 관리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일견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비만은 의지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연결될 위험이 존재하며, 이는 개인과 사회 모두를 비만에 무방비하도록 만든다.
비만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각하다. 대중은 체중계 숫자와 외형적 변화에 주목하지만, 정작 수많은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비만의 실체는 과소평가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발병하는 만성 복합 질병'으로 정의한다. 실제로 비만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2형 당뇨병은 물론 심근경색·뇌졸중·특정 암·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등 200여 가지의 합병증과 관련되며, 조기 사망의 위험 또한 증가시킨다.
또 비만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적 환경, 구조적 문제, 그리고 비만 관련 정책 부재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만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비만 편견'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정책적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는 비만 관련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 등의 도미노 효과에 따른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다.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날씬한 편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지만, 통계를 들여다보면 우리 역시 '비만 청정국'이 아닌 '비만 공화국'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2022년 기준 남성 비만율(BMI 25㎏/㎡ 이상)은 49.6%에 달하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BMI 30㎏/㎡ 이상의 심각한 비만 유병률이 2030년까지 가장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한 해 동안 비만으로 인한 한국의 사회경제적 손실액은 15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음주(14조 6274억 원), 흡연(11조 4206억 원)으로 인한 손실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정부조차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바람직한 의료보장 모델이라고 자평하는 일명 'K건강보험' 체계에서도 비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비만'의 진료와 치료는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굉장히 심각한 단계의 비만 환자에 한해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뿐이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비만 치료는 전액 본인 부담이므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의료진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만에 대한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비만 환자들은 사회적 불이익과 차별을 겪고 있다. 이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적절한 의학적 도움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매우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필자가 진료한 한 환자도 그랬다. 신경 관련 증상이 있어 병원에 입원한 환자였는데, BMI가 비만 진단 기준을 훌쩍 초과했음에도 이전에 한 번도 비만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
결국 비만 환자들은 치료제가 아닌 검증되지 않은 '대안'을 찾게 된다. 텔레비전이나 소셜미디어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다이어트 식품 광고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체중 감량이나 건강 개선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비만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굳건한 의지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과학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식이·운동·행동요법을 통한 일차 치료 목표는 체중의 5∼10%를 감량하는 것이며, 의약품 또는 수술 치료를 병행하면 10∼20% 이상의 추가 감량이 가능하다.
비만은 국가 차원 해결이 시급한 보건 분야 정책 과제다. 예방은 기본, 치료는 필수, 나아가 요요현상 없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는 것은 '헬시에이징(healthy aging)' 사회로 나가는 필수 조건이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보건의료 정책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하루빨리 비만에 대한 제도적 기반과 종합 대책이 마련돼 비만 환자들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전혜진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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