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모든 설탕이 동일하게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탄산음료나 과일주스처럼 액체 상태로 섭취되는 당분(액당)이 당뇨병 위험을 크게 높이며, 고체 상태의 설탕은 그와 같은 연관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BYU),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파더보른 대학교 연구팀이 아시아, 유럽, 미국, 남미, 호주 등지에서 5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끝에 도출됐다.

연구를 이끈 BYU 영양과학과의 카렌 델라 코르테 교수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는 다양한 설탕 공급원과 제2형 당뇨병 위험 간의 용량-반응 관계를 규명한 최초의 분석"이라며 "특히 설탕을 음료 형태로 섭취할 때 건강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s in Nutrition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 칼로리 섭취량, 음주 습관, 신체 활동 등 여러 생활습관 요인을 보정한 후 설탕의 형태에 따라 당뇨병 위험과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가당 음료(탄산음료·에너지음료·스포츠음료 등)는 하루 350㎖를 추가 섭취할 때마다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25% 증가했다. 첫 모금부터 위험이 증가했으며, 안전한 섭취 기준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일주스(100% 과일 주스 포함)는 하루 240㎖를 추가로 마실 경우 위험이 5% 증가했다.

고체 형태의 설탕(천연 설탕 포함)은 하루 20g 이하로 섭취할 경우 오히려 당뇨병 발병 위험이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설탕 권장 섭취량은 25g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 증가는 상대적'이다. 제2형 당뇨병의 기본 발병 위험이 10%인 사람의 경우, 하루에 탄산음료를 4잔 마시면 위험은 100%가 아니라 2배인 20%로 증가한다. 연구진은 액체 상태의 설탕이 더 위험한 이유를 '대사 작용의 차이'에서 찾았다.

음료에 들어 있는 액당은 대부분 단당류(포도당·과당) 또는 이당류(자당)로, 분자 구조가 짧아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혈당을 급격히 높인다. 이 과정에서 간이 과도하게 작동하게 되며, 결국 지방 축적과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과일, 유제품, 통곡물 등 고체 음식에 포함된 당분은 식이섬유, 단백질, 지방 등 다른 영양소와 함께 섭취되며, 혈당 상승이 완만하고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과일주스의 경우 일부 비타민과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섬유질이 부족하고 당분 함량이 높아 통과일의 대체재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단순히 설탕의 양이 아니라, 섭취 방식"이라며 "액체 상태의 설탕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혈당을 상승시키고 간에 부담을 준다"고 경고했다.

한편 달콤한 인공감미료로 잘 알려진 '사카린(saccharin)'이 단순한 설탕 대체제를 넘어 항생제 내성 세균, 암세포, 지방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염증 반응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며 주목받고 있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약 300배 더 강한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거의 없어, 당뇨병 환자나 체중 조절이 필요한 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미료를 넘어 의료 보조물질로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사카린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산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카린 전도사'로 알려진 김동길 이스트웰 대표 겸 경인양행 명예회장은 "사카린은 이미 선진국 여러 곳에서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식품첨가물"이라며 "국내의 경우 섭취량이 국제 기준의 1% 수준에 불과해 과다섭취 우려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카린은 제조 단가를 낮추면서도 감미료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 식품·의약·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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