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조8천억원대 당기적자 추계로 비상등이 켜진 건강보험 재정, 2027년도 보험료율 결정을 두고 정부와 가입자, 보건의료계가 동결부터 2% 이상 인상까지 4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는 가운데, 오는 9월 8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최종 결정이 국민 생활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현재 급격한 적자의 늪에 빠져 위태로운 상황이다. 2026년 7월말 기준 당기수지는 3,644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말에는 그 규모가 2조8,374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계된다. 이에 따라 비상준비금 성격의 누적수지는 27조3,844억원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인데, 이는 전국 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진료비의 약 3개월 치에 불과한 수준이다.
재정 압박의 주요 원인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급증이다.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024년 52조1,935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4.9%를 차지했으며, 조만간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비상진료체계(3조7천억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2조1천억원), 필수의료 지원(2조7천억원) 등 정부의 주요 정책 추진에 8조6천억원을 웃도는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
정부는 2027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올해보다 1조1천억원 늘린 13조8천억원(일반회계 11조8천억원, 건강증진기금 2조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법정 기준인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에 크게 못 미치는 14.4%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국가가 법정 기준을 채우지 못해 미지급된 지원금만 총 19조4,531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지급금은 건강보험공단 노조 등 건정심 참여 단체들 사이에서 정부의 책임론을 부각하는 핵심 쟁점이다.
내년도 보험료율이 동결되거나 1% 미만으로 소폭 인상될 경우, 미래의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024년과 2025년 건보료율이 동결된 후 올해(2026년) 1.48% 인상되었던 전례를 고려할 때, 내년에 인상 폭을 억제하면 2030년 법정 준비금 유지를 위해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2% 이상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 세대의 부담을 미래 세대로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심화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소상공인 및 가입자들은 물가 및 경기침체로 인한 서민 부담을 이유로 인상 억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건의료계는 국고지원 미이행이 지속될 경우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로 이어져, 결국 국민들의 민간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재정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9월 8일 건정심의 최종 결정이 임박하면서, 단순히 숫자의 조정이 아닌 국민의 의료 접근성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수령임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 확보, 국민 부담 경감, 그리고 보장성 강화라는 복합적인 목표 사이에서 정부와 관계 당국이 어떠한 현명한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 시점의 결정이 한국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