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 음료 등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식품 보존제를 많이 섭취할수록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소르본 파리 노르대·파리 시테대·국립보건의학연구원(INSERM) 공동 연구팀은 성인 11만여 명을 대상으로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일부 식품 보존제 섭취량과 고혈압·심혈관 질환 발생 증가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그동안 일부 식품 보존제가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실험실 기반의 연구는 있었으나, 실제 인간의 대규모 섭취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프랑스 성인 11만2395명(평균 연령 42.8세)의 식단 데이터(NutriNet-Santé)를 토대로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이들의 식품 보존제 노출 정도와 고혈압·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평균 7.9년간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6개월마다 3일간 자신이 먹고 마신 모든 음식과 음료를 기록했다.
분석 결과, 가공식품에 유해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 쓰이는 '비항산화 보존제' 섭취량이 가장 많은 상위 그룹은 가장 적은 하위 그룹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29% 높았고, 관상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은 16% 더 높았다.
식품의 갈변과 산패를 막아주는 '항산화 보존제' 역시 많이 섭취할수록 고혈압 위험이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항산화 보존제와 심혈관 질환 위험 사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연구팀이 가공식품에 가장 흔히 쓰이는 보존제 17종을 개별 분석한 결과, 다음의 8가지 성분이 고혈압 위험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미생물 증식 억제제: 소르빈산칼륨(E202), 메타중아황산칼륨(E224), 아질산나트륨(E250)
산화 방지 및 산도 조절제: 아스코르브산(E300), 아스코르브산나트륨(E301), 에리소르브산나트륨(E316), 구연산(E330), 로즈메리 추출물(E392)
연구팀은 이러한 식품 보존제 성분들이 체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세포 독성 및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압 조절 메커니즘과 심혈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으며, 정확한 기전을 이해하기 위한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책임자인 마틸드 투비에 박사(INSERM)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전 세계 식품 규제 기관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식품첨가물의 위험성과 이점을 다시 한번 재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되도록 비가공식품이나 최소 가공식품을 우선적으로 섭취하고 불필요한 첨가물이 든 식품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