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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이 패혈증 생사 가른다"… 면역계 폭주 유발하는 특정 세균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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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으로 동일한 상태라도 장(腸) 속에 사는 특정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감염병에 걸렸을 때의 생사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특히 장내 특정 세균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를 지나치게 예민하게 만들어, 패혈증 발생 시 치명적인 면역 과잉 반응(면역 폭주)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임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서휘원·류충민 박사 연구팀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김두진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장내 특정 미생물이 숙주의 면역 시스템을 과민화시켜 감염성 패혈증의 치사율을 극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 같은 유전자, 같은 균 주입해도… 장내 미생물 따라 생존율 '극과 극'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실험용 쥐들에게 똑같은 양의 병원세균을 주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쥐들은 가볍게 이겨내며 생존한 반면 어떤 쥐들은 급격히 상태가 악화해 사망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 원인이 장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차이'에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추적에 나섰다.

분석 결과, 실험용 쥐들의 생사를 가른 주범은 '무리바큘라세아(Muribaculaceae)'라는 장내 세균 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그룹 중에서도 특히 '상게리박터 무리스(Sangeribacter muris)'라는 특정 세균이 뿜어내는 물질이 숙주의 면역 세포를 극도로 예민한 상태로 변화시킨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 세균을 많이 보유한 쥐는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외부 병원균이 몸속에 침입하는 순간 면역계가 필요 이상으로 격렬하게 폭주(과도 반응)하면서 장기 손상을 유발하고 결국 패혈증으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 장내 미생물 바꾸자 생사 뒤바뀌어… 감염병 치료의 새 패러다임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감염 결과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완벽히 검증하기 위해, 감염에 강한 쥐와 약한 쥐의 장내 미생물을 서로 교환(이식)하는 실험을 추가로 진행했다.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병원균 감염에 강해 높은 생존율을 보이던 실험용 쥐에게 '상게리박터 무리스'가 포함된 위험한 장내 미생물을 옮겨 심자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반대로, 감염 시 치사율이 높았던 쥐에게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자 면역 폭주 현상이 억제되며 생존율이 크게 개선되는 반전 결과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개인별 감염병 감수성(사람마다 감염병에 견디는 정도가 다른 이유)'의 원인을 장내 미생물 관점에서 명쾌하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생명연 서휘원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의 면역 반응 강도를 직접적으로 조절해 감염 질환의 최종 결과를 바꿀 수 있음을 입증한 결정적 사례"라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환자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분석해 감염 중증도를 미리 예측하고, 장내 미생물을 제어해 패혈증 등 치명적인 감염병을 치료하는 면역 조절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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