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환자의 고통스러운 조직 채취 과정 없이 뇌 MRI(자기공명영상) 사진 한 장만으로 악성 뇌종양의 유전자 변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소견서까지 자동으로 작성해 주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포항공대(POSTECH) 컴퓨터공학과 박상현 교수·인공지능대학원 석사과정 류희승 씨,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강명균 박사, 세브란스병원 박예원·안성수 교수 공동 연구팀은 뇌종양 환자의 MRI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양의 특징을 예측하고 소견서를 자동 생성하는 '비전-언어 AI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 환자 고통 주는 '조직 채취' 없이 치료 방향 결정
악성 뇌종양의 일종인 '성인형 미만성 신경교종'은 환자마다 치료 방법과 예후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세포 내 에너지를 만드는 정상 효소인 'IDH'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개골을 열거나 바늘을 찔러 환자의 뇌 조직을 직접 채취해야만 했다. 이 과정은 환자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검사 결과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환자의 고통과 의료진의 판독 업무 부담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의학 데이터와 함께 실제 뇌종양 환자의 MRI 영상, 그리고 전문의의 판독문 데이터를 AI에게 집중 학습시켰다.
■ 예측 정확도 최고 0.95 기록… 전문의 평가서도 우수성 인정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별도의 수술적 채취 없이 오직 뇌 MRI 영상 분석만으로 IDH 유전자 변이 여부를 진단해 냈다. 성능 평가 지표인 AUC(1에 가까울수록 정확함) 분석에서 최소 0.85에서 최대 0.95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의학계에서 AUC 0.9 이상은 '매우 우수한 성능'으로 평가받는 만큼, 임상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정밀 모델임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이 AI 모델은 단순히 수치적 예측에 그치지 않고 의료진이 참고할 수 있는 고품질의 임상 판독문을 자동으로 생성해 낸다. 연구팀이 생성된 판독문을 실제 신경두경부 영상의학 전문의들에게 평가받은 결과, 임상적으로 매우 실용적이고 우수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MRI 검사량이 급증하면서 영상 판독과 보고서 작성에 따른 의료진의 피로 누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되면 판독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포스텍 박상현 교수는 "이번 성과는 단순한 영상 분석을 넘어 유전자 예측과 의료 판독문 작성까지 하나의 일원화된 AI 시스템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임상적 의미가 크다"며 "후속 연구를 지속하여 실제 병원 임상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 높은 의료 AI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